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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 10. 2. 00:58

오늘 소개해 드릴곳은 비교적, 대중적인 입맛이라고 평가 받고 있는 함흥냉면의 자존심, 종로 '곰보냉면' 입니다. 제가 몇번(이라고 해봤자 두번뿐 이군요) 냉면관련 포스팅에서도 말씀해 드렸듯이 냉면을 크게 분류하자면 약간은 밍밍하며 자극적이지 않지만 약간은 메니아적이라고 평가 받는 평양냥면과, 평양냉면에 비하면 자극적인 맛을 무기로 남한에 제대로 뿌리 박는데 성공한 함흥냉면을 들 수 있습니다.

그런데 아이러니 한것이, 평양냉면의 경우 주로 소수의 냉면 메니아들과, 이북에 적을 두고 계신 어르신 분들이 즐겨 찾는 관계로 평양냉면을 주 메뉴로 내걸은 곳은 그리 많지가 않죠. 그래서 '검증 받지 않으면' 평양냉면이라는 타이틀을 내걸고 장사 하기가 쉽지가 않습니다. 대중화가 덜 되었기 때문에 조리법의 경우도 가족들 위주로 폐쇄적으로 전승되고 있는 실정이고요. 평양냉면을 전문으로 하는 집의 수가 절대적으로 적은 대신, 어느 정도의 맛은 보장해 주고 있는 샘입니다.

하지만 함흥냉면의 경우는 그 얘기가 달라집니다. 워낙에 함흥냉면집들이 여기저기에 난립하고 있는 실정이라 그 옥석을 가리기가 꽤나 힘이 듭니다. 저 같은 경우 냉면집으로 이름좀 날린다는 집이면 무조건 찾아가서 먹어봐야만 직성이 풀리는 성격인데, 화려한 명성에도 불구하고 좌절감만 맛보고 돌아서야 했던 냉면집이 부지기 수 였으니깐요.(명성대비 최악의 냉면집의 경우 차후에 다시 포스팅 하겠습니다.) 평양냉면이 비록 그 수는 적지만 어느정도의 맛을 보장해 주고 있는 '소수정예' 의 성격을 띄고 있다면, 함흥냉면의 경우 단순히 머릿수만 많은 '오합지졸' 부대 쯤이라고 하면 얼추 정확한 비유 일려나요?

아무튼 언제나 처럼 주절주절 서론이 길었네요. 각설하고, '오합지졸 부대' 내에서도 발군의 실력을 뽑내고 있는 종로 '곰보냉면' 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 보기로 하죠. 맛의 경우 서울의 3대 함흥냉면집으로 꼽힐 만큼 명성에 걸맞는 맛을 보여줍니다.

종로4가 예지동 시계골목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60~70년대부터 사용해 왔다는 100% 고구마 전분으로 눌러내는 부드럽고 탄력 있는 사리는 지나치게 질기지 않으면서도 쫄깃하고, 고구마가 갖는 고소하고 담백한 맛까지 어우러져 적당히 쫄깃해 씹는 맛이 아주 일품입니다. 함흥냉면 맛을 결정짓는 중요한 비법 중 하낙 바로 양념장인데, 고춧가루에다 쇠고기 육수와 기본양념을 넣어 만들어 새콤달콤한 그 맛에 끌려 먹다보면 어느새 입 안이 얼얼할 정도구요. 사골과 쇠뼈를 알맞게 섞어 넣고 곤 진국 육수의 경우 오랜 시간 동안 푹 고아서 소뼈 특유의 누린내가 아닌 고소한 맛을 즐기실 수 있습니다. 이러한 각종 노하우 하나하나 제대로 빛을 발하고 있는 샘이지요. 톡 쏘듯 신선한 자극과 담백하고 시원한 뒷맛이, 담백한 평양냉면과는 그 반대지점에 서 있는  함흥냉면 특유의 맛을 대변해주고도 남습니다.


개인적인 이야기 입니다만, 오늘...아니 어제 시험을 마치고 나서 갑자기 이집 냉면이 땡겨서 먹고 왔는데, 지금 포스팅을 하면서 글을 쓰다보니 또 입가에 군침이 고이면서 이집 냉면이 땡기는군요. 아무튼 이렇게 냉면 밝혀하는것도 이젠 아주 병이네요 병. 매일 삼시세끼 냉면만 먹는다고 사귀던 여자친구들에게 핀잔 아닌 핀잔 꽤나 듣는것도 모자라서 싸우기도 꽤나 싸웠던것 같은데, 그래도 이렇게 솔로이다 보니 냉면 하나 만큼은 마음것 먹을 수 있다는 점이 참 좋네요.(라고 말은 합니다만은...상당히 서글퍼지네요;;;)

냉면좀 먹어봤다(?) 하는 입장에서 주변에서 냉면집 추천해 달라고 하면 오장동 흥남집과 더불어 늘 이야기 해주는 냉면이 바로 이 '곰보냉면' 입니다. 평양식 냉면(필동면옥,우레옥 등등)의 경우 지인들로 부터 '너무 밍밍해서 생각보다 별로 였다' 라는 말을 꽤나 들었습니다만, 이곳 곰보냉면의 경우 워낙에 사람들이 많아 번잡해서 먹기가 불편했다...라는 불만 외에 맛에 관련된 불만사항은 아직까지 들어 보지 못했네요. 냉면 좋아하시는 분들의 경우 제 말을 믿고 한번 찾아가 보시기 바랍니다. 수수한 분위기와 더불어 맵지만 너무 달지 않아 쉽게 물리지 않는 그야말로 함흥 냉면의 진수를 맛보실 수 있으실 겝니다.

서울로 이사오면서 집 앞의 작은 공원들과 맑은공기를 잃어버려 가끔씩 속이 상할때도 있습니다만, 마음 내킬때 마다 언제나 이런 맛있는 냉면을 먹을 수 있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침샘에서 지칠줄 모르고 솟아나는 침 모냥으로, 제 마음 한 구석에서도 행복이 마구마구 샘 솟는군요.